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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rt of Data] 4회 데이터로 짓는 예술의 세계: 데이터 아트

송한나의 THE ART OF DATA (최종회)
데이터로 짓는 예술의 세계: 데이터 아트

지금까지 3회에 걸쳐 데이터 시각화의 개념과 의미를 정의하고 시각화 방법의 유형 및 색상의 활용법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데이터 시각화는 데이터 값의 크기를 알기 쉽게 표현하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흔히 쓰이지만, 시각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기에 기능적인 목적을 넘어 미학적인 목적으로도 쓰입니다. 이번 회에는 데이터 시각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함으로써 독립적인 예술 장르로 승화시킨 5명의 데이터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술과 기술의 결합, 데이터 아티스트의 등장

첫 회에서 간단히 언급했듯이 데이터 시각화를 만드는 사람을 데이터 아티스트라고 부릅니다. 예술(art)의 어원인 아르스(ars)는 기술(technology)을 뜻하는 테크네(techne)와 동일한 의미로 쓰이다가, 18세기 이후가 되어서야 비로소 순수 예술의 개념이 등장했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일어난 중요한 계기는 바로 사진기의 발명입니다. 사진기가 대중화되면서 화가에게는 최대한 실제 대상과 유사하게 표현해내는 기술이 더이상 중요하지 않게 되었으며, 이후 현대 예술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내용적으로는 신화나 성경의 내용 또는 왕족이나 귀족의 초상화를 예술의 소재로 삼는 대신, 보통 사람들의 일상 생활 또는 자연의 정물이나 풍경이 예술의 소재로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림 1] 예술 표현의 변화. 프리마베라(Botticelli, 1482), 계단을 내려오는 나부(Duchamp, 1913)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그림의 형식이나 매체에서 나타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술가들은 직접 붓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돌을 쪼아 조각을 하는 대신, 상업 제품인 기성품(ready-made)을 활용하거나 이전에는 예술의 재료로 여겨지지 않던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예술 작품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선두에 서서 이끌어간 뒤샹은 현대 예술의 역사에서 결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예술가였습니다.

[그림 2] 예술 매체의 변화. 해바라기(Gogh, 1888), 샘(Duchamp, 1917)

예술사 수업시간에 들을 법한 이런 이야기가 도대체 데이터 시각화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그것은 데이터가 새로운 시대의 예술적 매체로서 크게 주목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뒤샹이 기성품을 예술의 소재로 삼음으로써 예술의 개념을 바꾸어 놓았듯이, 데이터가 예술의 소재로 쓰임으로서 예술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작품의 소재로 삼는 예술가가 늘어나면서, 데이터 아티스트(data artist)라는 새로운 유형의 직업이 등장했습니다. 데이터 아티스트라는 용어는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의 관점에서 볼 때는 목적에 맞는 적절한 차트나 그래프를 구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의 의미로 쓰입니다. 반면 데이터 아트(data art)의 관점에서 볼 때는 데이터를 활용하여 예술적 표현을 목적으로 하는 작품을 창작하는 예술가의 의미로 쓰입니다. 데이터 아티스트는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뉴욕타임즈나 구글과 같은 기업에 소속되어 데이터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업을 하기도 합니다. 데이터 시각화를 예술의 차원으로 승화시킨 대표적인 데이터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데이터 아티스트의 선구자 존 마에다

데이터 아티스트라는 용어는 비교적 최근에 등장했지만, 1990년대에 이미 데이터를 활용하여 예술적인 작업을 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있습니다. 당시 MIT 미디어 랩을 이끌던 존 마에다(John Maeda) 교수는 비교적 새로운 언어에 속했던 JAVA에 기반을 두어 수학적 알고리즘에 의한 시각적 표현이 가능한 언어를 만드는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존 마에다는 모리사와(Morisawa) 타입페이스사를 위해 10개의 포스터 시리즈를 디자인했는데, 수학적 알고리즘을 사용하여 우아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그의 가장 유명한 책 중의 하나인 [Design By Numbers(1999)]는 특히 기념비적인 저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까지도 인터랙티브 데이터 시각화를 만드는 데 많이 활용되고 있는 프로세싱(processing) 언어가 바로 존 마에다 교수가 지도한 대학원생들에 의해 만들어졌기에, 그는 데이터 시각화의 역사에 있어서 단지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드는 일 이상의 큰 족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습니다. [Maeda Studio : http://www.maedastudio.com]

[그림 3] John Maeda, The 10 Morisawa Posters(1996-1997)

[그림 4] 존 마에다와 그의 대표적인 저서들

Design By Numbers(1999), Maeda @ Media(2001), Creative Code(2004).

데이터 저널리즘의 시대를 연 저르 소프

최근 데이터 시각화와 관련된 응용 분야에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확산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뉴욕타임즈에서 데이터 아티스트로 일한 바 있는 저르 소프(Jer Thorp)는 신문 기사 데이터의 시각화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가 NYTlabs에서 만든 Cascade라는 작품은 뉴스 기사가 소셜 네트워크에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퍼져 나가는지 한눈에 볼 수 있고, 이것을 여러 가지 시점으로 바꾸어가며 인터랙티브하게 데이터를 탐색할 수 있는 매우 동적인 데이터 시각화입니다. 이 작품 역시 프로세싱 언어로 만들어졌으며, 당시의 기술적 수준에 비춰볼 때 매우 매끄럽고 아름답게 동작하는 멋진 모션그래픽을 구현했습니다. Cascade는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인터랙티브 데이터 시각화의 사례였으며, 이후 등장한 데이터 저널리즘의 시각화에 많은 영향을 미친 전형(stereotype)이 되어준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Blprnt.blog : http://blog.blprnt.com]

[그림 5] 저르 소프와 Cascade(2011)

[그림 6] Cascade의 시각적 탐색방법 (NYTlabs, 2011)

빅데이터의 시각화를 실현한 아론 코블린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빅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데이터 시각화에도 변화가 필요해졌습니다. 전세계의 데이터를 가장 많이 수집한 기업 중 하나는 아마도 구글일 것입니다. 구글의 데이터 아트 팀을 이끌었던 아론 코블린(Aaron Koblin)은 대량의 온라인 데이터를 활용해 시각화를 구현했습니다. 북미 대륙의 항공편 경로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시각화한 Flight Patterns가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최근에는 Jannet Echelman과 협업하여 만든 Unnumbered Sparks를 통해 관객들이 모바일 디바이스에서 입력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거대한 그물망 캔버스에 투사되면서 그려지는 인상적인 설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Aaron Koblin : http://www.aaronkoblin.com ]

[그림 7] 아론 코블린, Flight Patterns (2011)

[그림 8] 아론 코블린과 Jannet Echelman, Unnumbered Sparks (2014)

만질 수 있는 데이터, 나탈리 미바흐

데이터 시각화는 스크린이나 영상의 형태로 구현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에 물리적 세계로부터 생성된 데이터를 실제로 만져볼 수 있는 형태의 시각화로 만드는 예술가가 있습니다. 나탈리 미바흐(Nathalie Miebach)는 날씨와 조류의 변화를 측정하고 이 데이터를 이용해 손으로 만질 수 있는 조각과 귀로 들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들어냄으로써, 데이터를 물리적 실재의 세계로 이끌어냅니다. 데이터가 컴퓨터 스크린 밖으로 뛰쳐나와 스스로 몸을 갖도록 만든 그녀의 작품은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고정 관념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습니다. [Nathalie Miebach : http://nathaliemiebach.com ]

[그림 9] 나탈리 미바흐, Antarctic Tidal Rhythms(2006), Warm Winter(2007)

[그림 10] Nathalie Miebach, Hurricane Noel(2010)

움직이는 조각으로서의 데이터, 유시 안게슬레바

데이터를 만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요.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ART+COM의 아트 디렉터인 유시 안게슬레바(Jussi ?ngeslev?)는 키네틱 조각(kinetic sculpture)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BMW뮤지엄을 위한 키네틱 조각에서는 자동차 디자인의 과정을 표현하는 금속 공의 정교한 움직임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위한 키네틱 조각에서는 작은 물방울 모양의 알루미늄 공이 공항 출발장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주며 유기적으로 움직입니다. 상상력과 기술력이 결합하여 금속이라는 단단한 소재를 이용해 마치 유체의 흐름 같은 부드러운 움직임을 구현해낸 멋진 데이터 시각화 작품입니다. [Jussi Angesleva : http://angesleva.iki.fi ]

[그림 11] 유시 안게슬레바

[그림 12] Kinetic Sculpture(2008), Kinetic Rain(2012)

데이터 아트의 미래, 가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데이터

예술과 기술은 본래 같은 뿌리를 공유하며, 데이터 아트는 특히 기술의 발전과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데이터 아티스트의 작품 세계를 훑어보아도 프린트, 비디오 레코딩, 실시간 인터랙션, 피지컬 컴퓨팅 등 여러 가지 기술이 적용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예술가의 상상을 구현하기 위해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기도 하지만, 반대로 당시의 기술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시도에서 새로운 상상이 가능해지기도 합니다.

데이터 아트가 구현되는 공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습니다. 종이 위가 될 수도 있고, 조각 작품이 될 수도 있고, 건물 전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디자인 뮤지엄에 설치된 Life Line이라는 작품은 인간의 기대 수명 데이터를 활용하여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디자인 뮤지엄의 거대한 공간 자체가 좌표 평면이 되어, 관객들은 풍선으로 표시된 데이터 포인트 사이를 걸어다니면서 직접 자신의 신체를 활용해 데이터를 탐색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Domestic Data Streamers : http://domesticstreamers.com ]

[그림 13] 현실 공간으로 나온 데이터. Domestic Data Streamers, Life Line(2014)

그러나 이제는 데이터를 탐색하기 위해 실제의 물리적 공간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가상 현실 기술은 직접 자신의 신체를 활용해 데이터를 탐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간의 크기를 거의 무한대로 늘릴 수도 있습니다. 90년대 초에 출생한 1만 4500명의 삶에 대한 종적 연구의 결과를 기록한 ALSPAC 데이터를 활용해 가상 현실 데이터 시각화를 구현한 LumaPie는 데이터 시각화의 풍경을 바꾸어놓았습니다. 가상 현실 기술의 발전은 데이터 탐색이란 제한된 외부 공간에 배열된 부분적인 데이터를 추론하고 예측하는 활동이 아니라, 데이터 자체를 몸으로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과정으로 변모시켜갈 것입니다. [Master of Pie : http://www.mastersofpie.com, Lumacode : http://lumacode.com/]

[그림 14] 가상 공간으로 들어간 데이터. Master of Pie and Lumacode, LumaPie(2015)

대학과 기업의 연구실을 벗어나 이제 대중화의 단계로 접어든 가상현실 기술 역시 언젠가 미래의 기술에 자리를 내어줄 것입니다. 데이터 아티스트는 또다시 새로운 기술을 통해 어떻게 데이터의 의미를 발견하고 인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통찰력을 제시할 것인지 탐구하는 시도를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까지 총 4회에 걸쳐 데이터 시각화의 개념에서부터 데이터 타입에 맞는 다양한 시각화의 유형 및 어떻게 색채를 활용하여 아름다운 시각화를 구현할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데이터 아트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데이터 시각화가 어떻게 예술 작품으로 변모할 수 있는지를 확인했습니다.

몇 번의 연재만으로 데이터 시각화의 모든 것을 소개할 수는 없지만, 독자 여러분께 조금이나마 데이터 시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필자인 저 역시 다시 한번 데이터 시각화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즐거운 여정이었으며, 지금까지 읽어 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

이 칼럼은 디비가이드에 연재한 [송한나의 The Art of Data]를 전재한 것입니다. 원문보기>

출처 : 한국데이터진흥원

제공 : 데이터 전문가 지식포털 DBguid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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